고대 사람들은 절망에 빠진 데모크리토스를 보고 환자라고 생각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절망은 ‘질병’이 된다.  절망한 사람의 특징은 자기 중심적이다.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나의 상처와 아픔, 단점에만 집중하며 점점 더 절망의 나락으로 빠진다. 

절망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싶으나 되지 못해 느끼는 절망이고, 또 하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느끼는 절망이다. 위험도로 따지면 당연히 전자가 덜 위험하다고 보았다.

첫번째의 경우,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에 이르지 못할 때 절망한다. 신앙인이 죄를 지을 때 절망하는 것 처럼 말이다. 두번째는 반대로 나 자신과 부정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자살을 결심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을 벗어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괴로워하게 되고 자신을 파괴하고 싶어진다.  벗어나려고 할수록 머릿 속에 자신이 가득 차게 된다. 결국,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절망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절망이 생겨 났다면 이미 오래 전부터 절망의 싹이 존재한 것이다.  즉, 이별, 질병, 죽음 등이 절망의 원인으로 보이지만,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뿐이다.

절망할 줄 아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정상적이고 정신이 더 건강한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절망을 느끼는 마음은 비정상이 아니라, 실존적인 고민을 하고있는 것이다. 절망이라고 하면 질병, 자살, 우울증, 불행 등 부정적인 단어가 떠오르지만, 절망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절망은 실존의 고민이고 정신이  더 건강하다는 증거다. 절망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어느 정도 통찰력이기도 한다.

인간은 이상을 추구하는 존재다. 그러나 결코 그 이상을 이룰 수는 없다. 이상은 다만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이상은 현실이 어떠한 지를 깨닫게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바꿀수 있는 야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또한 이상이다. 물론 이 이상을 추구하는 가운데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도저히 이상에 다다를 수 없는 현실로 인해서 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절망은 실존이 어떠한지를 철저히 깨닫게 한다.

무한을 생각하며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다.  진정한 우리의 완벽한 모습을 되 찾으려고 하지 말고, 앞으로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선택과 결심이다.

인간은 삶을 통하여 완전한 행복을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고 만들어 간다. 인간이 완전한 행복을 동경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은 종교다. 우리의 전 생애가 종교적인 면에 영향을 받는다. 이상을 추구하며 동시에 인간은 이상과 현실의 모순과 괴리로 죄책감을 느낀다. 이 죄책감이 종교에서 말하는 죄의 개념이다.  중요한 것은 이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게 되고 믿음과 신앙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주어진 현실에 충실히 살아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