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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삶과 믿음의 기적: 다미앵 클레르제 귀르노(Damien Clerget Gurnaud)
작성자 구자춘 등록일 2022-11-08 19:37:05 조회수 6

우리는 당연히 기적을 믿고 싶어 한다. 다른 세상에 해결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기적은 지금, 여기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종교적인 믿음은 지금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삶을 지키며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필연적인 운명에 맞서겠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러한 상황을 곡예사의 상황에 비유한다. 곡예사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같은 자리에 착지한다. ‘제자리 뛰기’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 상황, 절대로 회피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일치한다. 겉으로 보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앙을 갖기 전에 했던 일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을 한다. 구체적으로 여러분이나 다른 사람들이나 같은 상황을 겪는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기적을 믿어도 필연적인 운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욥은 여전히 퇴비 더미에 앉아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살아나게 해달라고 밤새 기도를 하지만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 무언가가 갑자기 달라지는 기적은 없다.                                                                                                           

욥은 한때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언젠가 두 배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강하게 품어야 한다. 욥은 체념하며 지금의 삶을 포기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체념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덧없다며 지레짐작하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한다면 완전한 행복을 갈구해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이를 땅에 묻은 어머니도 아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힘껏 믿어야 한다. 체념한 사람은 이런 말을 들려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일어난 죽은 아이로 인해 묶여 있는 사슬에서 벗어나세요. 하늘에서는 부모도, 아이도 없을 테니까요.  ”스토아학파라면 무어라고 말해 줄까?  “아이를 잃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돌려주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는 원래 어머니의 것이 아니었잖아요.”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떤 말을 들려줄까? “기운 내세요. 아이는 죽지 않았어요. 죽음이 승리한 것은 아니에요. 아이는 돌아올 겁니다.” 아무리 박식한 철학 이론도 이보다 더 나은 위로는 해주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 생활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의 삶을 제대로 생각하고 지키는데 지침이 되는 유일한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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